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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었기에 그만큼 정말 값진 팀과 여정 - 크래프톤 웨이(이기문)를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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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상장한 회사, 크래프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게임 회사 창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았기에 안되었기에,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
'꾼'들만 모였기에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안다. 시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찾는다. 일이 착착 진행된다. 모든 건 계획대로다.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젝트나 창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특히 게임 사업의 경우) 그렇게 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창업 성공 이력이 있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과 막대한 금액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게임은 쉽게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창업이고, 결국 인생이라는 것.
게임 자체도 어쩌면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나의 게임을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기에, 게임은 결국 창업과 비슷하다.
보통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테니, 게임 회사는 창업(게임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서비스를 비슷하게 출시하는 회사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게임 회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A를 시도했다가, 잘되면 계속한다. 보통 안되면 B를 시도한다, 혹은 안되더라도 계속 시도해서 A를 결국 이룬다. 물론 A를 계속 시도하더라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움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얻은 것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여느 경제 경영서처럼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따라서 잘 짜인 책도 아니었고, 성공을 포장하고자 하는 책도 아니었다. 심지어 배틀그라운드는 이 책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직전에 읽었던 '슈독' 처럼 그냥 주구장창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끝까지 시도하는 이야기이다.
'괴로움이 목구멍 밑까지 올라오는 시기'를 견딘다는 것
책에서 그대로 표현을 가져왔다.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 회사의 직원들 2달 월급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프로젝트 BRO가 200만장 팔리면 김창한 PD는 은퇴해도 좋다'라고 농담했고, 배틀그라운드는 목표가 40만장이었던 게임이었다.
그리고 결국 배틀그라운드는 2020년 12월 말까지 7000만장이 팔렸다. 김창한 PD는 현재 크래프톤 대표가 되었다. 2021년 8월 코스피에 상장하였다. 현재(9월 3일 장 마감 기준)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이다.
이런 배틀그라운드도, 임원진이 초기에는 별로 밀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느껴진다. 김창한 PD가 경영진에게 왜 바짝 눈앞까지 다가온 성공의 기회를 지켜보기만 하냐고 분노하는 뉘앙스의 메일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코어 게이머, 국내 퍼블리셔, 사업을 오래 한 임원진들은 모두 초기 배틀그라운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계획과 경력이 가끔은 얼마나 부질없는지도 느꼈다. 어쩌면 성공은 정말 운에 가까운 영역일지도 모른다.
해피엔딩 속에 감춰진 것들
보통 기업의 성공 신화를 읽으면 그래도 역경 1~2번이 나온 후에 곧이어 해피엔딩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도대체 책을 읽는 내내 성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배틀그라운드가 성공적이었던 게임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해피엔딩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피엔딩 앞에 정말 많은 괴로움과 슬픔 - 수많은 게임 및 전략 실패, (창업자의) 퇴사, 구조조정, 번아웃 등 - 이 있었다.
하지만 글로 담기에 턱없이 부족한 괴로움과 고뇌를 읽고 나서도, 인생에서 한 번 정도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전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렸던' 왜 대표님이 슈독을 읽고 펑펑 우셨는지 알았을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 아니지만, 소설 같은 책. 다시 10년 후 크래프톤웨이2를 기대하며.
(물론 10년 안에 망할 수도 있고, 10년 후에 현재 시가총액에 10배, 100배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
새파란 문장들
책이 길기도 했고, 인상적인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또 읽고 싶은 문장만 추렸다. (참고로 저는 vFlat 앱을 애용하는데, 마침 장병규님이 남세동님과 함께 만든 보이저엑스가 만든 서비스입니다.)
(p33) 장병규는 '회사란 이익을 내는 곳'이란 정의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에게 회사란 혼자서 이루기 힘든 성과를 내기 위한 곳이었다.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혼자선 넘볼 수 없는 목표에 도전하는 곳. 그리고 개인이 결코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성취를 이루고 결실을 함께 나누는 곳. 그러기 위해선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했다. 기업 비전은 경영진의 일방적 선언이 되어선 안 된다. 비전은 구성원이 함께 공감하면서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가치여야 한다는 게 장병규의 믿음이었다.
(p39) 장병규는 “단순히 돈 버는 것과 다르다. 창업자는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벤처 생태계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다음 요건으로 실행력과 학습력, 열정과 비전을 꼽았다. 열정과 비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실행력과 학습력 가운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후자였다. 2~3년 벤처에서 구르다 보면 끊임없이 배워야 했다. 창업 초기 세웠던 가정들은 시시때때로 무너졌다. 지금 당장 실행을 잘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배울 수 있느냐였다. 문제는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춘 창업자 개인은 없다는 것이었다. 장병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는 공동 창업자들의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겼다.
(p163)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나의 이기심은 자연스럽지만 타인의 이기심이 나에게는 자연스럽지 않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p232) 장병규 본부장이 마이크로한 것까지 챙기는 리더 스타일이라 어떤 점에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의도를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멀쩡한 동료 수십 명을 하루아침에 정리한 것이 불과 1년 3개월 전입니다. 언제든지 그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올 하반기에 다시요.
우리 직원 중에는 평범한 사람이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남보다. 더 노력해야 남보다 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보다 더 성과를 내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직원이 자신을 대단한 지식 근로자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놔두면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근태 관리하고, 그러면 성과도 나오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p254, 후지필름 고모리 회장 이야기 중)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풀릴 것 같지 않다' '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역으로 무엇인가 극복해내려고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노력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으로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p270)
누군가와 함께 실패를 해보면, 그 사람을 명료하게 느끼게 된다. 도전의 결과가 나올 즈음 도전의 책임자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또 실패를 함께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실때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재도전 여부가 갈린다.
도전을 시작한 누구라도, 여전히 가치 있는 도전인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지 등을 주기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지만 실은 실패가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성취보다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야한다. 우리 삶은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p291) 장병규만 협상에서 제외됐다. 장병규는 블루홀 시작부터 매년 스스로에게 한결같은 연봉 산정 원칙을 적용했다. 그의 연봉은 블루홀 전체 직원 기본급의 평균이었다.
(p362)
김창한은 "4가지 문구를 가슴에 담고 일하자"고 주문했다. 김창한이 하나하나씩 문구를 읽어나갔다. 하나, 혁신은 제약에서 나온다. 둘, 세상을 뻔하게 보는 사람은 뻔한 일밖에는 못하고 뻔한 결과만 낼 것이다. 셋, 비평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고, 도전의 결과는 알 수 없다. 넷, 도전에 있어서 실패는 양분이 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된다.
(p471)
“최고를 지향하되 최선을 선택한다.” 이것이 PD인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그 반대 쌍엔 이런 태도가 있다. “최고가 아니면 버린다.” 이런 방식이 맞는 프로젝트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이번 BRO 프로젝트는 이 방식으론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선택하고 또 다음에 최선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면 처음에 예상하기 어려웠던 높은 수준으로 제품이 점차 진화할 것이다.
(p462~p4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조건
CD는 비전을 만드는 사람이다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비전을 구현하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설득의 방법은 CD 스스로 찾아야 한다
비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비전은 스스로 수정해야 한다
비전은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디어는 비전이 아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 구현에 대하여 (새파란 추가-결국 CD는 이 과정이 모두 다 잘되게 해야 한다)
나와 제품의 분리가 필요하다(동일시의 위험성)
그렇다면 어떤 CD가 될 것인가? (ex) 비전을 만들어내는 사람, 설득하는 사람 등)
비판은 쉽고 만드는 건 어렵다
(p470~p475) 리더의 조건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더욱 잘하도록 만드는 게 낫다
권위를 이용한 지시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심각한 일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시에 따라 일하지 않고 스스로 창조적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말과 글은 화자의 의도보다 청자가 받아들이는 데에서 크게 좌우되므로, 권한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더 오래 고민해야한다
리더에게는 자기객관화 또는 자아성찰이 중요하다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ex)용쟝, 지장, 덕장)
(p476)
김창한은 이 편지를 브랜든에게 보내고서, 각 팀장과 경영진에게도 전달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부터 경영진에게 “배틀로열 게임이 차세대 e스포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전을 말해왔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이었다. 지원도 지지도 없었다. 개발에 필요한 작은 도움을 구할 때마다 장문의 메일을 써야 했다.
담대한 비전을 말하며 “장기적인 BRO 보상 체계를 미리 구축하자"고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보자” 따위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김창한은 울분을 땔감 삼아 스스로를 태우며 배틀그라운드를 빚어냈다. 개발팀을 이끌며 분노를 장전한 채 경영진을 대했다. 김창한과 BRO 팀은 그들이 약속한 마일스톤을 거침없이 돌파했다.
(p513)
우리에게 직위란 권한보다는 의무와 책임의 자리입니다. 효율을 위해 여러 결정 권한이 주어지겠지만, 직위를 막론하고 치열한 토론은 여전히 장려될 것이며,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제가 결정할 겁니다. 직위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잠시 위임되었을 뿐입니다. 권한을 일이 잘되는 데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제한하거나 세력 싸움을 하는 데 사용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 그리고 우리의 비전을 분명히 이뤄낼 것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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