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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묻습니다. 지금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 승려의 수수께끼(랜디 코미사)를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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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묻습니다. 지금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 승려의 수수께끼(랜디 코미사)를 읽고

newblue 2021. 1. 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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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으니깐 우선은 공부하자.'
'우선 어떻게든 경제적 자유를 만들고 그다음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말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이자 벤처 캐피탈리스트 랜디 코미사는 '승려의 수수께끼'를 통해, 다음 단계만을 위한 삶 말고 정말로 보람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제안합니다.

 

승려의 수수께끼 - 경험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개성 있는(?) '승려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은 저자의 경험에서 유래했습니다.

오토바이를 몰다가 길에서 한 승려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150km 되는 거리를 열심히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니 승려는 다시 처음 만났던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저자는 황당했지만, 우선은 다시 데려다줍니다. 그제야 강렬한 붉은 태양저녁노을에 물든 아름다운 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목적지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냥 이 순간이 즐거워서 계속되면 좋겠다고 느낍니다.

(사실 또 다른 승려가 달걀을 1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수수께끼를 내주는데, 이 답은 스포일러가 돼서 생략했습니다. 책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수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유롭게 여행하며 행복해하던 제 자신의 모습이네요.

 

미뤄 놓은 인생 설계보단 총체적인 인생설계

'온라인 장례 서비스'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고 싶은 레니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저자에게 끈질기게 찾아오고 메일을 보내고, 늘 빠르게 답장을 보냅니다.

이런 레니의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일단 성공한 다음에 하고 싶다'라는 메일을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미뤄 놓은 인생 설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1단계 : 해야만 하는 것을 해라
2단계 :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물론 1단계 후에 2단계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1단계만 진행하다 보면 결국 1단계를 통과할 힘이 없어서 쓰러지거나, 1단계를 통과했지만 방향을 잃고 계속 1단계만 반복하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삶을 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만을 위한 삶'말고 정말로 보람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것은 어떨까? (p149) 라고 제안합니다. 꼭 1단계에서 의지, 2단계에서 열정을 보여주지 말고, 의지와 열정을 한 번에 같이 보여줄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죠. 덧붙여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역경이 있을 텐데, 열정(애정)이 있어야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레니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1. 관(같은 장례용품)을 싸게 팔아서 돈을 벌자.
2. 상실감과 슬픔에 잠긴 사람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자

'미뤄 놓은 인생 설계'처럼 2단계를 하고 싶어서 1단계를 먼저 하기로 했는데, 레니는 다음과 같이 메일을 받습니다. 과연 변할 수 있었을까요?


"(중략) 사람이 많은 곳에 돈이 있기 마련입니다. 너무 안전한 길만 추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시간이나 VC(의역)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질문해 보시죠. 당신의 사업(의역)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한 사업이 되려면 어떤 요소를 갖춰야 될까요? 거기서 출발하세요." (p241)


 

스타트업의 단계별로 필요한 대표가 다른데, 저자는 귀여운 강아지들에 비유해서 설명했습니다

VC(벤처 캐피탈리스트) 의 삶

저자의 일상을 통해서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고 올버즈 신발을 신는다고 알려져 있는(?) VC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크게 인상적인 2가지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VC가 주로 궁금하는 세 가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VC들이 주로 궁금해한다고 합니다. 간단한지만, 아주 확실하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들이네요. 레니 역시 저자의 이 질문에 쉽게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1. 시장의 규모는 큰가?
2.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는가?
3. 이런 작업이 가능한 팀원들이 구성되었는가?

스타트업 팀에 필요한 3가지 단계별 대표

회사에서 대표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회사별로 맞는 대표가 있는 게 아니라, 보통 회사의 단계별로 맞는 대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세상에 정답이란 없겠지만요) 그리고 각 대표들의 특성을 강아지에 비유했습니다.

1. 리트리버 대표

- 역할 : 일관성 있는 비전. 핵심 팀 구성. 제품&서비스 개발. 시장 방향 결정. 초기 자금 유치. 고객 협력업체 확보.

- 필요 능력 : 끈기와 창의력

2. 블러드하운드 대표

- 역할 : 기업 입지 다지기. 경영진 구성.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 필요 능력 : 예리한 방향 감각과 기업 규모 확장 기술

3. 허스키 대표

- 역할 : (1) 사람들과 함께 (2) 상장사의 책임성 가지고 (3) 매일 비중 있게 (4) 성장하는 팀을 이끌어 가야 함

- 필요 능력 : 일관성 있는 태도와 결단력

 

물론 지난 글에서 봤듯이, 이런 능력은 대표가 되기 전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이밖에도 레니와 저자는 계속 메일을 주고받는데요. 마지막까지 VC와 창업자의 숨 막히는 핑퐁핑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스타트업의 벤쳐캐피탈리스트로 나오는 한지평이 왜이렇게 까다로웠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tvn)

 

 

창업가에게서 느껴지는 예술가의 혼

저는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코로나로 많은 분들을 뵙진 못했지만, 20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화는 창업가, VC와의 대화였습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열정과 에너지가 엄청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랬기에 예술가들을 만났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했습니다.

역시 책에서도 비슷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제가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던 과정이 제 대학생활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공감이 갔네요.

좋은 책이 늘 그렇듯이, 답을 제시해주기보단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가득 던져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 아름다운 건축물과 비슷하게 아름다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나도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집중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들에서는 비슷한 향기가 나나봐요.

 

새파란 문장들

p108

세월을 거치면서 나는 사업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회화나 조각처럼 개인의 재능을 표현하는 캔버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고?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p140

그 순간, 내 인생이 저 복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료들과 상사의 모습이 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한 가구들도 눈에 띄었다. 잘 계획된 미래가 내 앞에 비춰졌다. 물론 이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것도 안정적이고 탄탄대로이겠지만 너무 단조롭고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하얀 백지를 앞에 두고 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나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내 진정한 삶을 미룰 수는 없었다. 애플로 전화를 걸어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 

p 186 

비즈니스 환경은 늘 변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수익모델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큰 비전이다. 긴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구성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전을 포기하면, 나침반 없이 남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업의 위치를 돌아볼 때 현재 상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방향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는 충고를 늘 하고 있다.

p248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덜 위험한 길로 갈 수 있을지였다. 그 결과 모순적이게도,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위험한 방법인 평범함을 택했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p253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미뤄놓은 인생 설계'에 따라 살다 보면 보상받기를 원하는 욕심과 뭔가 채우고 싶은 허기가 늘 끊이질 않는다.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열정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 단,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써라.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앞으로 평생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뜻이 아니다. 예상치 않은 사회 속에서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내일 갑자기 생이 끝난다면 지금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앞으로 평생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액셀러레이터인 Y 컴비네이터의 창업자 샘 알트만는 '2022년 말고 2021년에, 다음 주 말고 이번 주에, 내일 말고 오늘'  해보라고 하네요. 미뤄놨던 일들이 있다면 한 번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승려와 수수께끼
국내도서
저자 : 랜디 코미사 / 신철호역
출판 : 이콘출판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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