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가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 하드씽: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벤 호로위츠) 리뷰

첫 번째 책은 하드씽입니다.

저자인 벤 호로위츠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어서 설립 8년 만에 HP에 회사를 매각했습니다. 설립 3년 후 피벗(창업 아이템을 변경)을 할 때 기업 가치가 $2.9M (약 30억 원) 였는데, 5년 후 HP 매각 시에는 $1.65B (약 1조 8천억 원)로 회사를 560배(!) 가량 성장시켰다고 합니다.

그 후 안드리센 호로위츠 벤처캐피털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가 어마어마하게 화려합니다. (Facebook, Asana, Pinterest, Slack, Airbnb, Github, Oculus VR, Skype 등 정말 수많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현재 $16.5B (약 17조 원)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약 천만 인구의 서울시 1년 예산(21년 기준)이 약 40조 원입니다.  

 

스타트업 CEO가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직 저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자에 따르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일들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 매일같이 희열과 공포를 느낀다

- 작은 선택 하나에 몇십에서 몇천 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다

- 늘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 저자는 회사 실적 발표 직전에 한 고객사가 파산해서 약 2,500만 달러(270억) 계약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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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기업의 CEO는 확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회사를 구축해 나갈 때는 언제든 해법이 있다고 믿어야지, 그것을 찾을 확률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그냥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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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 회사가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보여줘야 했을 때, 저자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결국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중략) 6개월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해주길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물론 저녁은 내가 사 줄 거고요"  (본문 중)

- 충직한 친구이자 회사 창립멤버를 해고해야 될 수도 있다

- 결국 홀로 빠르게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며 창업 3년 차, 저자의 회사가 기울어가고 있던 때였습니다.

저자는 만약 파산을 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무엇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아이템 - 클라우드 운용에 관한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 만든 소프트웨어 - 로 현재 사업을 변경하기로 합니다.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원래 A를 하고 싶어서 B를 기술로 가지게 되었는데, B 자체를 B2B 사업모델로 다시 삼아서 회사를 차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Sendbird 가 그랬다고 강연에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5년 만에 1조 8천억 원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 만들어냅니다. 이랬던 저자가 생각한 CEO의 덕목은 무엇이었을까요?

 

CEO의 역할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한지평 팀장이 서달미 대표에게 '모두에게 좋은 대표란 없으니, 선택을 내리고 책임을 지면 됩니다'라고 말하죠.

저자 역시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한 비법 같은 것은 없으며, "CEO가 겪는 첫 번째 문제는 CEO가 되어서야 CEO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간단하죠?

1.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

2. CEO가 원하는 일을 회사가 하도록 만드는 것 

 

그럼, CEO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무엇이 있을까요?

'CEO가 원하는 일을 회사가 하도록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책 후반부에 '가득가득' 나와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자세하게, 그리고 실용적으로 예시가 나와 있어서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제가 CEO나 임원은 아니기 때문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진 않았지만, 반대로 제가 속한 조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세한 건 책 4장~ 8장의 제목을 살펴보시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특히 

- 직원, 임원, 친구 해고/강등
- 임원들의 거짓말 보고
- 일하기 좋은 직장
- 면담, 피드백 방법
- 조직 간의 갈등 해결하기
- 회사 매각 결정

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내용을 모두 옮길려면 책을 그대로 옮겨야 될 것 같네요ㅎㅎ)

스타트업 사원 입장에서도 흥미롭게 술술 읽혔으니, 아마 임원이시라면 더 절절히(?) 읽힐 것입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대로 '전시 CEO'라면 이렇게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타트업 CEO에게도, 임원에게도, 직원에게도,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권해드리는 책입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스타트업 초기 멤버가 된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싶네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은 아래에 인용하였습니다.)

'스타트업' 드라마를 볼 떄는 몰랐는데, 책을 읽고 보니 스타트업의 CEO가 된다는 일은 참 외로워 보입니다. 아마 그래서 많은 CEO들이 글과 책을 찾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tvn)

 

새파란 문장들

p 118

그렇다면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CEO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해결책을 찾도록 문제를 공개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고 포상하는 문화를 형성하라" 그러자면 먼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는 잘못된 격언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문제를 가져오려거든 해결책도 가져오라"는 구닥다리 경영 규범이다.

p 164~165

"그러니깐 이런 거예요. 좋은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또 맡은 일을 잘 완수해 내면 회사 차원에서나 개인적으로나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한마디로 일할 맛이 나지요. 일을 통해 능력을 한껏 발휘함으로써 회사와 자기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믿음을 직원 모두가 갖고 매일 아침 출근합니다. 이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일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뿌듯한 성취감도 느낍니다.

하지만 나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조직 내의 권한을 놓고 싸우거나 망가진 프로세스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맡은 임무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일을 잘해 냈는지 어쩐지도 판단할 길이 없지요. 설령 오랜 시간을 들여 맡은 일을 완료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회사 차원이나 자신의 경력 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릅니다."

p 173

사람들이 첨단 기술 기업을 그만두는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경제적인 것을 제외한 가장 큰 이유는 2가지였다

- 상사를 혐오했다. 대개 직원들은 명확한 지시와 지도, 경력 개발의 기회, 피드백이 부족한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 배움과 발전이 없다고 느꼈다. 직원들은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회사가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드씽 국내도서 저자 :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 안진환역 출판 : 36.5 2014.12.05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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