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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구별짓기 멈춰! - 흑백 논리와 평균에 가려진 취업률 통계 톺아보기 본문
(쏘프라이즈 플랫폼에서 썼던 글의 백업글입니다. 이곳에서 관련 논의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새파란입니다.
2022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물론 실효성 논란이 있긴 합니다.)
이에 맞춰, 우리 사회도 과연 문과와 이과로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부작용은 없을까요?
그러나 여전히 기업은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학부 전공을 우대하여 사람을 뽑고, 대학은 이에 발맞추어 어제의 커리큘럼을 반복한다. 문과는 인문학 천대를 외치며 계속 ‘문송’할 것이고, 이과는 이공계 홀대를 불평하며 또한 ‘이송’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출처 : 언제까지 '문송'하시렵니까
질문에서 '문송하다'의 배경이 된 상황이 취업률이므로, 먼저 요즘 취업률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취업률 데이터 출처 및 코드
- 구체적인 대학별 통계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 및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 알리미에서 2020년에 공시된 2019년 졸업자 550,354명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취업률'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각 학교종류 및 학과별 값을 다운로드한 후, 약간의 가공 후 합친 파일은 구글 드라이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교육부 보도자료와 비교했을때 졸업자 숫자가 정확히 일치하였습니다. (덧붙여 대학알리미 자료에는 교육부 집계 자료보다 취업대상자 통계가 200명 더 많았습니다. 그 수가 크지 않기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Tableau Public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우스를 올리면 다양한 정보가 나오니, 필터를 변경해가며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
취업률은 어떤 통계인가요?
-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교육부에서 집계하는 취업률은 졸업생 중 취업자 비율이 아닙니다.
- 취업대상자 중 취업자 비율입니다.
- 취업자는 건강보험DB연계 취업자, 해외 취업자, 농림어업종사자, 개인 창작 활동 종사자, 1인 창(사)업자, 프리랜서 등을 모두 집계한 통계입니다.
- 취업대상자는 대학알리미 기준, 졸업생 통계에서 진학자, 입대자, 취업 불가능자, 외국인 유학생, 건강보험 직장가입 제외대상 통계를 소거하고 남은 사람의 통계입니다. 교육부 보도자료 기준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 제외대상' 대신 '제외 인정자'인 워딩이 사용되었는데, 100% 동일한 의미로 쓰였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학구분별 취업률
- X축이 취업대상자 통계인데, 동시에 원의 크기도 취업대상자를 나타냅니다. 다만 절대적인 비율이 아님에 유의하여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래에서도 모두 같습니다.)
- 취업률은 대학원, 전문대학, 대학 순이었습니다.
- 반대로 졸업자 및 취업대상자는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순이었습니다.
계열별로도 살펴보겠습니다.
대학구분 및 계열별 취업률
- '의학계열'의 경우 취업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다만 대학 및 대학원 모두 2000~3000명 수준입니다. 따라서 의학계열과 인문사회계열(약 13만 명)을 직접 비교하기보단 같은 전문직(로스쿨 졸업생 등)과 비교하는 게 이상적일 수도 있습니다.
-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구분에 상관없이 예체능 계열이 취업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 '대학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예체능 계열을 제외하고 가장 취업률이 낮았으며, 동시에 취업대상자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및 예체능 계열보다 (같은 대학구분에서) 평균 취업률이 더 높았습니다.
취업대상자와 취업자 및 미취업자의 통계만 따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구분 및 계열별 취업률
- 비율과 숫자 중 어느 것을 표시할지 고민이 있었지만, 실제 인구를 접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우선 숫자를 표기하였습니다. (여기에 마우스를 올려보시면 직접 비율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취업대상자가 약 18.5만 명으로 제일 많습니다. (38%)
- 자연스럽게 미취업자의 경우에도 인문사회계열이 8만 명(43%)으로 가장 많습니다. 비율도 증가하였습니다. 직전 차트에서 보았듯이 실제로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이 더 낮지만, 인문사회계열의 수가 워낙 많기에 관련해서 많은 보도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 취업자의 경우에도 역시 인문사회계열이 10.5만 명(35%)으로 가장 많습니다만, 공학계열(31%) 및 자연과학계열(24%)과 차이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 아래 내용 모두 사실이며,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졸업생 중 취업자가 가장 많은 계열은 인문사회계열이다.
- 취업률이 두번째로 낮은 계열은 인문사회계열이다.
- 10만 명 이상 졸업한 그룹 중에서, 가장 취업률이 낮은 계열은 인문사회계열이다.
- 인문사회계열은 전체 취업대상자 대비 비율과 전체 미취업자 대비 비율 차이가 (반올림 했을 시) 5%로, 예체능 계열과 함께 가장 크게 증가하였다. - 인문사회계열 38.36% -> 43.38% (+5.02%), 예체능 계열은 10.88% -> 16.10%(+5.22%)
평균 취업률에 숨겨진 다른 관점은 없을까요? 지역, 전공, 대학별로 취업률을 살펴보았습니다.
지역별 취업률
- 서울, 경기의 취업대상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 취업대상자가 적은 경우에는 다소 편차가 있지만 보통 취업률은 60% 내외입니다.
- 취업대상자가 많아질수록, 취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진로가 포함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학별 취업률
- 충분한 표본이 있어야 취업률이 의미가 있으므로, 취업대상자가 100명 이상인 그룹만 포함하였습니다. (지금부터 계속 동일합니다)
- 역시 이곳에서 자유롭게 필터를 변경해가며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경우 가장 취업대상자 수가 많은데, 취업률이 60% 내외입니다. (흥미롭게도 지역별 취업률인 60% 내외와 비슷합니다.)
- 취업대상자가 1000명 이상인 학교에서는, 대체적으로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의 취업률이 더 높았습니다.
전공별 취업률
- 역시 이곳에서 각 대학 구분 및 계열 별로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은 아래에서 따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의학과, 물리치료학과, 치위생과, 간호학과의 경우 취업대상자도 많고, 취업률도 높았습니다.
- 의학 및 보건 관련 전공이 아닌 경우에는, 취업대상자가 많아질수록 대개 60% 내외의 취업률을 보였습니다.
- 요즘 화제가 되는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의 경우 취업률이 압도적으로 높진 않았습니다.
- 가장 취업대상자가 많은 공학계열의 컴퓨터/기계/전자/전기 공학 관련 전공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의 경영학/사회복지학/경제학 관련 전공에 비해 5% 내외 높았습니다. (이 5%를 의미를 더 깊게 확인하려면 진학자까지 고려한 후, 취업자 및 취업대상자에 포함되는 각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
인문사회계열만 따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문사회계열 내 전공별 취업률
- 역시 이곳에서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대학'만 선택하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 유아 및 아동 관련 전공은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았습니다.
- 경영, 경제, 사회 복지 관련 전공은 60% 내외로 전체 취업률 평균과 비슷했습니다.
- 유아 교육을 제외한 '교육' 학과의 경우 취업률이 낮은 편입니다. 현재 높은 임용경쟁률이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의 경우에도 교직이수과정이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취업률에 반영되었을 수 있겠습니다.
- 그 외에도 철학과, 사학과(철학과 오른쪽 위에 있습니다) 등의 인문학 전공의 경우 취업률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인문사회계열내 대학별 취업률
- 역시 이곳에서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만 선택하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의 인문사회계열은 취업률이 70%가 넘으며, 취업률이 60% 후반인 대학도 꽤 존재합니다. (대학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평균 취업률은 54%입니다)
- 취업대상자가 1000명 이상일 경우, 역시 서울 안에 위치한 대학교들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취업률 통계 정리
- 대학원, 전문대학, 대학 순으로 취업률이 높았습니다.
- 취업률이 가장 낮은 계열은 예체능 계열이었습니다.
- (속칭 '문송합니다'의 주 근거가 되는)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취업률이 가장 낮은 계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졸업자, 취업대상자, 취업자, 미취업자 모두 가장 많습니다.
- 자연스럽게 졸업자, 취업대상자, 취업자, 미취업자가 두 번째로 많은 공학계열과 비교될 확률이 높습니다.
-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의 경우 (같은 대학구분에서) 인문사회계열 및 예체능 계열보다 평균 취업률이 더 높았습니다.
- 지역별 취업률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 대학별로 취업률은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취업대상자가 특정한 표본(1000명) 이상인 경우, 주로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일수록 취업률이 높았습니다.
- 전공별로도 다양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의학, 약학, 보건 및 관련 전공은 취업률이 특히 높았습니다.
- 인문사회계열 내에서도 전공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경영학, 경제학, 사회복지학 전공의 경우 전체 취업률 평균과 비슷한 60% 내외였습니다. 주로 (유아교육을 제외한) 교육계열 혹은 인문학 계열의 전공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 인문사회계열 내에서도 대학별 취업률이 달랐습니다. 평균 취업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역시 취업대상자가 특정한 표본(1000명) 이상인 경우, 주로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일수록 취업률이 높았습니다.
- 참고로 취업대상자 전체(약 48만 명)의 취업률은 62%입니다.
- 하지만 대졸자 10명 중 5명, 전공과 무관한 직업 종사한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통계는 고등교육(전문대졸 이상)을 이수한 25~34세 임금근로자 중 최종 이수한 전공과 현재 직업 간 연계성이 없는 비중으로 계산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논문도 있습니다. 어쩌면 전공이 아닌 '신입 사원의 직무 통계'도 살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물론 신입사원 자체를 안 뽑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각 계열별로 취업률을 살펴보았습니다. 신기한 건, 그 어느 통계에도 문과와 이과를 따로 구분하진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계열' 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문과 / 이과 구분이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문과와 이과 출신 사람의 엄밀한 구분이 가능할까요?
물론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주로 문과 / 이과로 선택을 요구했으며, 대학에서도 분류상 특정 계열로 소속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이과였는데 대학에서 문과 계열로 전공을 선택한 사람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반대로 고등학교에서는 문과였는데 이과 계열로 대학 전공을 선택한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대학에서 경영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한 사람은 문과인가요? 이과인가요? 국어국문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사람은 문과인가요? 이과인가요? 원래 소속 과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수업을 더 많이 듣거나, 학점이 더 높은 과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통계학과의 경우 일부 대학은 자연과학계열에 개설되어 있고, 일부 대학은 인문사회계열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문과일까요? 이과일까요? '이과 통계학'이나 '문과 통계학'으로 구분하는 게 좋을까요? (위키사이트 계열은 가급적 인용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마땅한 자료가 없어서 우선 인용하였습니다.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또 새로운 전공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심리뇌과학과'는 문과인가요? 이과인가요?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은 어떨까요?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를 선택한 적이 없었던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외국 출신 분들은 문과/이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기준이 애매한 경우'에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현재 경험하고 있는데요. 비슷하게, 애매하다면 아예 구분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꼭 구분이 필요할까요?
2.'문송합니다'는 주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문과가 어려운 논리, 이과가 어려운 논리, 예체능 계열이 어려운 논리, 중졸/고졸이 어려운 논리, 기타 다른 그룹이 어려운 논리 모두 그에 맞는 '팩트' 혹은 '통계'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해서) 각 사람마다 자신이 속한 그룹의 어려움이 가장 크게 보일 수 있고, 결국엔 보고 싶었던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취업대상자 중에 인문사회계열 전공 비율이 높고, 우리 사회에서 주로 담론을 만들어내는 '언론'에 근무하시는 분들 중에도 전공이 인문사회계열 비율이 높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심증이며, 아직 관련 통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문송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더 고도화되고 논의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어려운 논리'에서도 차별이 일어난 건 아닐까요?
물론 현재 대학 졸업자 중 가장 큰 비율인 인문사회계열, 그중에서도 인문학 관련 전공의 취업률이 낮은 게 이슈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한 인문대학의 홈페이지에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지성인을 양성하고 인문학의 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신진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 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인문학은 종종 경제 및 사회 발전과는 무관한 비실용적 학문으로 여겨져 왔고, 그 결과 인문학적 지식은 고답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외면당해왔다.' 라고 이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지식정보화사회라 부를 수 있는 까닭은 세계에 대한 거시적 이해와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총체적 지식의 필요성, 그리고 이것을 한데 어울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런 결에서 인문학 전공을 '취업률'의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송합니다'는 어쩌면 자기 자신의 한계를 제한하는, '상상력'이 조금 부족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생 축사에서, '자녀 분이 순수 미술 혹은 철학을 전공했으면 참 걱정이 됩니다. 취직하려면 고대 그리스로 가야 하기 때문이죠. 행운을 빕니다 (자체 의역)'고 말했습니다. 예술과 인문학 전공의 취업률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코난 오브라이언도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3.'문송'한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은 결국 문과?!
만약 인문사회계열의 취업률이 공학계열 및 자연과학계열보다 낮은 게 구조적인 문제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우리 사회에 힘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속칭 '문송'한 사회는 '인문사회계열' 분들이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9명 (컷오프 전)은 전부 인문사회계열 전공, 국민의힘 후보는 총 12명의 후보 중 하태경, 박태경 후보만 각각 물리학과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고 나머지 10명은 모두 인문사회계열 전공입니다.
법을 제정해 사회 구조 및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최소 20대 및 21대) 국회의원의 경우 법학, 경상, 정치외교, 행정학, 어문을 전공한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나라의 중요한 의사결정 및 시행령을 통해 사회 구조 및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무위원 (대통령, 국무총리, 각 부 장관) 역시 과기정통부 장관 (공학계열), 국방부 장관(육군사관학교), 환경부 장관(환경공학), 해양수산부 장관(항해학)을 제외하면 나머지 20명 중 16명 모두 '인문사회계열' 출신입니다.
즉 법, 시행령 변경 및 제정 혹은 대학별 정원 조정(교육부) 등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열쇠 역시 '인문사회계열' 분들이 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CEO 들은, 이공계 41.1% 상경 및 사회 계열이 52.7%로 (물론 굳이 '인문사회계열'이 아닌 상경 및 사회 계열 워딩을 사용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역시 '인문사회계열'분들이 조금 더 많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굳이 문/이과로 분리하자면 '문과' 비율이 높습니다. 이런데도 '문송'일까요? 혹은 문과 내에서도 죄송한 사람과, 고마운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요?
4.'문송합니다'의 부작용
1) 다른 중요한 문제가 가려집니다.
- 취업률과 관련해서 '문송합니다' 라는 표현은, 모든 문과가 취업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유아교육과의 취업률은 70%를 넘었으며, 경영학 및 경제학 전공의 취업률은 60% 내외로 전체 대학 취업률 평균(62%)과 비슷합니다.
- 사실은 문과/이과/예체능에 상관없이 취업이 어려운데, 문과의 수가 가장 많기에 체감상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인문사회 계열의 취업이 가장 어려운지 알았습니다만, 실제로 예체능 계열의 취업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 인문대학 및 교육대학처럼 문과 내의 특정 전공만 취업률이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관련 전공 졸업자들의 진로를 조금 더 자세하게 조사해서, 현재 상황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취업률이 낮은 게 정말 문제인지, 아니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른 진로가 있는지 등)
- 지방-서울 대학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려집니다. 실제로 일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평균 대학 인문사회계열의 취업률인 54%를 훨씬 뛰어넘는 70% 내외의 취업률을 보였습니다.
2)한계에 갇히게 됩니다.
예전 비트코인 관련 JTBC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님께서 '문송합니다' 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토론 후 상대편인 김진화 대표님의 경우 '유작가님께서 본인이 불리하실 땐 "문송하시다며" (중략)'라는 후기를 남기셨습니다.
이처럼 '문송합니다' 또는 '이송합니다' 라고 말하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해당 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발표자를 정할 때 '제가 이과라서 죄송한데 발표를 못해서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잘못 해석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도 '죄송한데 제가 문과라서 수학에 약했네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시 보고서를 쓰기 싫을 때 '제가 이과라서 죄송한데 글 쓰는데 약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특정 (프로그래밍) 툴을 배워야 할 때도 '제가 문과라서 이렇게 새로운 프로그램은 어려워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냥 개인이 발표, 수학, 글쓰기,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조금씩 해당 분야를 배우기 '시작'하면, 천천히 익숙해질 텐데 단순한 두려움이나 혹은 문과 / 이과로 구분하는 사회적 통념에 자신을 가두는 건 아닐까요? 다른 그룹의 영역에 관심이 없으니 실제로 천천히 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서로 다른 세상'이라고 가정하고 자꾸 피하게 되면, 결국 두 그룹은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 구분을 없앤 건 아닐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계속 편을 갈라서 생각하게 될까요?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건, 어쩌면 문과와 이과로 규정된 우리들 아닐까요? (예체능은 왜 항상 생략하나요?)
마치며 - '데이터 카우'는 문과? 이과?
'데이터 기반 글쓰기'를 표방하는 데이터카우는 누구를 위한 플랫폼일까요? '데이터' 기반 글쓰기이기에, 이과를 위한 플랫폼일까요? 데이터 기반 '글쓰기'이기에 문과를 위한 플랫폼일까요? 아니면 '문과 같은 이과' 혹은 '이과 같은 문과'를 위한 플랫폼일까요? 정말 이런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이런 구분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자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누군가 '문송'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문과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프로그래밍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배워 다른 매력도 가진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누군가 '이과는 글쓰기와 말하기는 못해'라고 할 때, 누군가는 열심히 글쓰기와 말하기를 연습해서 역시 다른 매력도 가진 사람이 됩니다. (현재 상황을 모두 개인의 '노력' 문제로 돌리는 것은 아니며,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슈 제기도 분명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문송'을 외치며 수학이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분도 계시지만, 데이터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열심히 파이썬과 R을 배우는 분도 계십니다. 또 꼭 이과라고 전부 파이썬과 R을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과 안의 다른 분야보다 문과 안의 통계 / 경제 등 관련 분야의 경우 프로그래밍과 더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제 글이 중요하지, 제가 문과인지 이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양성'과 '차별금지'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단순 흑백논리보단 세부적인 내용으로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전혀 문송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문과와 이과로 사람을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마치 'MZ세대는 이러하다'는 워딩처럼, '문과라서 / 이과라서 이러하다.' 같은 합리적이지 않은 표현은 가급적 지양하는 게 좋겠습니다 :=)
(결국 일부 인문학 및 교육 관련 전공의 취업률이 낮은 이슈를 확대 해석하기보단, 해당 이슈만 더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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